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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중관계연구원
작성일 2020-06-26 00:00:00
제목 흔들리는 미·중·일·러 리더들, 남북관계 주도권 가질 절호의 기회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코로나 위기 속에 만들어진 기회 놓치지 말아야

최재덕  |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한중정치외교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0.06.25. 15:59:42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여름철에 주춤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는 발생 6개월 만에 이미 코로나19 이전(BC, Before COVID-19)과 코로나 종식 이후 (AC, After COVID-19)를 구분 짓는 뉴노멀(new normal)의 분기점이 되었다.

 

국가 안보의 개념은 군사안보에서 재난, 질병, 환경문제를 포함한 '인간안보(Human Security)' 개념으로 확대되었고, 반세계화, 자국우선주의, 보호무역 강화 기조 속에 미중갈등 심화, 리쇼어링(Reshoring) 촉진, 세계적 경제 대공황 우려,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변화 등의 세계질서 차원의 변화를 초래하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 화상회의와 언택트(Untact) 마케팅의 일상화, 개인 인권과 국가 감시의 적정성, 정부의 역할 확대, 방역·의료 시스템의 취약성 등 사회·경제적, 정치·문화적 여파도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사회 전반에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각 사안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개인, 사회, 국가, 세계질서 차원의 변화가 다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 연쇄적이고 강력한 변화의 흐름에 어떤 개인과 국가도 예외일 수 없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없다고 발표했으나 북한도 정치, 경제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이며 이번 북한의 대남 적대 행위도 그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오랜 대북 제재로 경제구조가 취약해진 데다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95% 이상인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해 국경봉쇄를 5개월여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1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루스(바이러스)로 인해 투쟁과 전진에 일정한 장애를 조성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국가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종료되는 해이자 당 창건 75주년인 올해 달성하고자 했던 경제적 성과도 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5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이 96% 감소했다고 밝히면서 올해 북한의 경제 상황이 1994년 고난의 행군과 유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 산하 피치솔루션스도 북한 경제 전망을 올 초 국내총생산(GDP) 307%에서 –6%로 하향 조정했다. 

 

북한은 20주년을 맞는 6.15공동선언 즈음하여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과 남한이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남북 경제 협력을 진행하지 못했다면서, 대북 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대남공세를 시작했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금강산 관광 폐지, 9.19 남북 군사합의서 파기를 언급했다. 이에 따라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됐고, 판문점 선언 이후 철거했던 대남확성기가 설치됐다. 그러나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남군사행동 보류 계획을 발표해 한반도 긴장 고조에는 제동이 걸렸다. 

 

북한의 대남공세에 미국은 세 척의 핵 추진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등 주요 전략자산을 포진시켜 북한의 고강도 도발을 억제하고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018년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는 듯 보였으나 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No Deal)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은 난관에 봉착했고, 남한의 제시했던 남북경제협력의 청사진도 대북 제재에 갇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개별관광' 등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제안했고, 대북 특사 파견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대남공세는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무결점주의에 타격,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가중, UN 대북 제재 강경 기조 유지에 대한 불만, 교착 상태의 북미 관계 판 흔들기, 남한 책임론으로 북한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등의 복합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1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6일 개성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로동신문

 

코로나19로 흔들리는 4강 리더십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주변 열강의 이권 경쟁에 따라 많은 부침을 겪어 왔고, 2차 세계대전 종식과 함께 맞이하게 된 해방도, 한국 전쟁 휴전협정도 자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사실 남북관계가 도돌이표 속에 갇힌 것도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둘러싼 미·중·일·러의 정치적 개입과 과도한 관여의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이전 미·중·일·러의 리더들의 강한 리더십은 남북한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미국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요구에도 절대 타협 없는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을 고수하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노딜로 끝낸 뒤 북미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았다.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집권 후 6년 넘게 만나지 않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1년 반 사이 5차례 만나며 혈맹관계를 회복하고 공산주의 국가로서 북·중의 전략적 협력을 과시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경제적·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2019년 7월 23일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가 북방한계선(NLL)에서 합류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진입했다가 러시아 군용기 1대가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하는 등의 사건 등을 일으키며 러시아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일본도 보통국가로의 개헌을 준비하며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북한과 조건없는 대화를 하겠다고 나섰다. 4강의 견고한 프레임 속에서 비핵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남북한의 운신의 폭은 매우 좁았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대혼란의 시험대 위에서 견고해 보이던 4강의 리더십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한반도를 둘러싼 4강의 견고한 국제정치적 프레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재선을 위해 모든 역량을 투입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중 패권 경쟁과 전랑외교(戰狼外交)로 고립을 자처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지지율 추락으로 조기 퇴진이 거론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3년임 폐지 개헌으로 종신집권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두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현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중·일·러의 리더십이 국내 문제를 극복하고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여력이 떨어진 상태가 유지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일·러 4강의 리더십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다. 미국은 국경 봉쇄령과 경제 셧다운을 통해서도 코로나19 확산을 막지 못했고, 확진자 226만 명, 사망자 12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미 행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대한 비판을 중국책임론으로 돌리며 미중갈등을 이념적 대립, 민주주의 대 공산주의의 대립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논란으로 재선 가능성이 불분명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올 11월 예정된 미 대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도 포용적인 국가의 면모를 발휘하기 위해 '친·성·혜·용(親誠惠容)', '인류운명공동체', '호혜공영(互惠共榮) 등 평화담론을 주장해왔지만, 평화담론(平和談論)과 전랑외교(戰狼外交)의 괴리, 대중국경제의존도를 이용한 경제보복, 코로나19 원인 규명과 공동조사 거부 등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국가가 됐다. 지난 5월 말 양회를 통해 중국의 방역 성공과 코로나 승리를 자부했지만, 베이징에서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어 중국 정부의 능력이나 통제 수칙에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묻는 국가에 경제보복으로 대처함으로써 고립을 자처하고 있다. 이번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에 대한 논평에서 기존 논평에서 보였던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고, 하와이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도 북한 비핵화 이전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해 이번 대남공세에 중국이 관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코로나19 발원지 논란,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여부 등 중국이 당면한 문제 해결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코로나19로 리더십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비난과 측근 비리 등으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38%로 떨어졌고, 아베 내각 지지율이 29%를 기록,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면서 아베 총리의 조기 퇴진설이 나오고 있다. 자신의 업적으로 남기고 싶었던 도쿄올림픽 1년 연기, 코로나19에 대한 정치적 대응, 최측근의 비리, 코로나 역풍으로 일본 경기 회복 불투명 등 악재가 겹쳐 남북문제에 관여할 여력이 없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20년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저유가 등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년 대비 –6.0%를 기록할 것을 예상된다. 러시아는 56만 명 이상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고, 약 7500명이 사망했다. 러시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4월 22일 예정돼 있던 국민투표가 7월 1일로 연기됐다. 이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면 3연임 금지조항이 사라지면서 2024년 푸틴 대통령이 대선에 재출마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하게 되어 사실상 종신집권을 하게 된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민투표를 위해 아파트, 자동차, 스마트폰, 현금 등을 걸고, 공무원에게는 투표증거 제시를 요구하는 등 공격적으로 국민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은 정치적 야망을 위한 3연임 폐지 개헌안 통과에 있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여지가 적다.

 

남한이 해야 할 일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의 대남 공세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무거운 마음으로 맞이하게 됐지만, 남북의 상황이 엄중할수록 우리는 6.15 선언의 정신과 성과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만나 대화함으로써 이산가족상봉,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금강산 관광 시작, 개성공단이 가동됐다면서 평화가 커졌고, 평화가 경제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북한의 대남 군사 조치 예고에도 기존의 대북 정책을 밀고 나갈 뜻을 밝히면서 "남북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구불구불 흐르더라도 끝내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남과 북은 낙관적 신념을 가지고 민족 화해와 평화와 통일의 길로 더디더라도 한 걸음씩 가야 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8000만 겨레 앞에서 했던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 없고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남과 북이 모두 충실히 이행해야 할 엄숙한 약속이며 어떠한 정세 변화에도 흔들려서는 안 될 확고한 원칙"이라고 했다. 

 

▲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대혼란으로 한반도에 영향력을 비치는 4대 강국의 리더십이 흔들렸다. 이는 그들이 국내 문제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한반도 문제 개입 여지를 줄였다. 역으로 남북한은 이 기간을 기회로 삼아 대북 제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협력분야를 확대하고 더욱 전면적인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을 설득해 나가면서 남북한이 주도하여 남북경제협력의 문을 열고 북한이 다시 국제사회로 나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남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평화·번영에 대한 열망이다. 6.15공동선언 1조에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 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명시돼 있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간에 회자되는 존 볼턴의 회고록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검증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38도선을 그어 한반도 분할 점령을 결정할 때도, 남과 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을 간절히 바라며 온 겨레가 가슴 졸이며 지켜보았던 북미 정상회담도 우리에겐 국가의 운명이 걸린 중대 사안임에도 그들에겐 너무 가볍다는 것이다. 

 

북한이 다시 남한과 적극적인 대화의 자리로 나와서 남과 북이 함께 미국을 설득할 때 남북이 주도권을 갖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행될 것이고,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초석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남과 북의 신뢰와 협력으로 이룩한 평화여야만 4강의 정치적 개입에 흔들리지 않는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의 평화가 실현될 것이다. 4강의 리더십이 흔들릴 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과 북이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남한과 북한은 이 기회를 살려 평화 한반도의 미래를 향해 다시 한번 민족 화합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원문]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62515323353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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